오늘은 그냥 음악 이야기.
1. 인기있는 밴드나 가수가 말 그대로 '한방에 훅가는' 경우야 다반사지만, 80년대 말-90년대 초에 걸쳐 마이클 잭슨의 위치를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조지마이클이 몰락하게 된 계기는 그의 사생활이 아니라 느닷없이 성인 취향의 소울로 가버린 그의 음악적 전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웸 시절의 댄스 스타일 팝송에서 솔로 데뷔앨범으로 넘어가면서 미국 흑인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그이지만, 전체적으로 팝적인 센스는 잃지 않는 가운데 발표되었던 Faith 앨범이 어느 정도 평형을 이루었다면 Listen without presjudice vol.1 이후 오랜 침묵 뒤에 내놓은 그의 음반들은 수퍼스타가 수퍼스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성질의 음악적 취향이 아니었던 셈이다. 오랜만에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를 들으며, 스튜디오 앨범에 못지 않은 그의 빼어난 보컬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더더군다나 엘튼존이 곡의 중간에 등장하면서 백킹 보컬로 전환한 뒤에도 완벽하게 뒤를 받쳐주는 걸 보면 이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근 10년 넘게 별다른 음악적 성취를 보여주지 못하고 나이들어간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냥 프레디 머큐리의 뒤를 이어 퀸이랑 합치지 그랬어.
2.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오아시스의 소란스러운 스타일을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터였다. Morning Glory야 뭐 그 스타일과 상관 없이 워낙 빼어난 앨범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영국을 뒤흔들었던 데뷔앨범의 히트곡들은 영 좋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Slide Away같은 앨범 후반부 곡들을 마음에 들어하던 터, 나의 인식을 바꿔놓은 계기는 바로 Whatever였다. 어떤 분 말씀처럼 whatever는 오아시스의 정통스타일이라기보다는 '우리도 이런 거 할 수 있어' 정도의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정 감탄했었다. '오, 얘들이 그냥 깡패는 아니고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간간히 몇몇 음반가게를 통해 수입반이 들어오긴 했지만 금방 동나버리는 터라 라이센스되지 않는 이 싱글을 구하기도 어려워 애태웠었고, 현악 파트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편곡에 감탄하기도 했었다. 더더욱 감탄스러웠던 것은 곡 끝부분에 들려오던 'bu*l sh*t !' 또는 'number one!' 하는 외침들. 원래 자아도취를 잘하고 거친 말도 서슴치 않고 내뱉는 친구들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자기네 연주 끝나고 스스로 그런 말들을 내뱉고 게다가 녹음에 그대로 넣어서 발표까지 하다니. 정말 오랜만에 whatever를 다시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봤다.
3.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 같지 않던 밴드나 아티스트가 기대에 못 미칠 때의 실망감이란 어떠한가. 꾸준히 수준급의 음반을 내놓던 뮤즈의 새 앨범은 뜻밖에 기대 이하다. 얘들이 원래 지나치게 처절하다거나 3인조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커다란 스케일 등의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단점들을 커버하는 것은 빼어난 팝센스였을 텐데, 이번 앨범은 뜻밖에 아예 프로그레시브 스타일을 더욱 적용하면서 팝센스를 잃어버리고 정말 '촌스러워져' 버렸다. 그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지지를 보내 왔던 서태지도 마찬가지. 음반길이가 짧건 말건, 그 음반이 훌륭하기만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 라는 것이 내 입장이었는데, 일단 이번 MOAI 싱글까지는 역시나 감탄스럽게 받아들였으나 (새로 받아들일만한 마땅한 트렌드가 없는 상황에서 Moai의 스타일은 딱 시기적절한 선택이라고 감탄) 뜻밖에 두번째 싱글 Juliet은 어째 좀 기대 이하다 싶더니, 지지자인 내가 보기에도 리믹스곡까지 다 넣어서 싱글 두개 그대로 합친 앨범 발매는 이건 좀 아니올시다다. 결국 Atmos는 내가 구입하지 않은 첫번재 서태지 앨범이 되었다. 실망을 한 밴드가 있다면 그걸 버리고 지지를 보낼 만한 새로운 밴드를 찾아내야 하는데,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게 쉽지가 않으니 참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