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18일 변산 樂 - 山

산악회 산행. 

코스 : 남여치-쌍선봉-월명암-직소폭포-관음봉-내소사
시간 : 약 5시간 30분

추석연휴 앞뒤를 늘인 최대 9일간의 연휴. 해외로 나갈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일본, 중국, 동남아로 향하는 항공편은 죄다 만석이다. 결국 국내에서 머물면서 시간의 여유가 없어 하지 못했던 산행들을 계획했는데, 시작부터 3일간 백두대간 길을 잇기로 했던 계획은 날짜를 고집했던 주최자가 갑작스레 출장으로 전날 펑크를 내면서 연휴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열받은 김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던 회사 산악회 산행에 따라나섰다. 



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져서 긴팔을 꺼내입을까 고민했는데, 웬걸. 10시쯤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기온과 햇살이 장난이 아니다. 늦더위로 홍역을 치렀던 여름이 다시 맹위를 떨치는 분위기. 2년만에 와보는 변산 산행이라 나름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쌍선봉까지 주욱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땀을 한바가지나 쏟게 만든다. 쌍선봉 부근에서 월명암까지는 주욱 내리막길인데 일행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탄식들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내려가면 안되는데. 많이 내려가는 길은 결국 다시 많이 올라간다는 사실을 의미하기에.

월명암에서 바라본 의상봉 방향. 내변산의 최고봉이지만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어 그 정상까지는 가볼 수 없다. 내변산의 멋은 이런 바위산들이 반도라는 지형에도 불구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 잠자고 있다는 사실. 


월명암을 지키던 개. 갑자기 덩치가 커다란 개가 두마리나 나타나서 놀라기도. 
직소폭포로 향하는 내리막 중간에서 잠시 그늘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높이 500m도 안되는, 바닷가에 위치한 산 속에서 이런 적막함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이제 한참 내리막이다. 고도를 거의 다 까먹어 평지에 가까운 높이에 도달해 직소폭포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담긴 저수지를 만난다. 
유명한 직소폭포.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해 보이는 폭포지만 주위의 고요한 풍광과 어우러지는 느낌은 유별나다. 
다시 고도를 한참 치고 오른다. 원래 예정은 관음봉-세봉을 거쳐 내소사로 내려오는 것이었지만 날이 더운데다 오르락 내리락을 크게 경험한 일행들은 다들 나가떨어져 절반 이상이 관음봉 삼거리에서 바로 내소사로 하산한다. 높이 500m도 안되는 산이라고 얕보고 들어온 것이 분명하다. 

사실 따라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꽤 있었지만 이미 관음봉을 향해 진행해버린 일행들도 있어 땀 깨나 흘려가며 관음봉을 거쳐 내소사로 내려선다. 내소사 입구의 유명한 전나무숲. 아름답다. 
흔히들 변산반도라고 하면 채석강이나 격포항, 곰소항의 젓갈이나 해수욕장 같은 것을 떠올리고, 그에 따라 여름 성수기에는 해변이 북적거리지만 그 안에 이런 보석같은 풍경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둔다면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왜 국립공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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