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110127 손가는 대로 쓴

오늘은 테니스 얘기 위주. 즐거운 일보다는 마음 상하는 일이 더 많았다. 

1. Li Na가 중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다. 리나는 나이도 꽤 많은 편이고, 주부인데도 늦으막에 경력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중. 다른 중국선수들과는 다르게 소박하고 겸손한 면이 무척 마음에 드는 선수다. 어쨌든, 랭킹 1위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의 준결승에서 매치포인트에 몰려서도 분투하여 결국 역전승을 따냈다. 우리나라 선수도 아니고 리나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들 중에 속하는 것도 아니지만 결승행이 확정되자 터져나오는 관객들의 함성과 함께 가슴이 뭉클해졌다. 경기 후 인터뷰도 이 극적인 순간을 잘 표현했으면 좋았겠지만 뜻밖에 개그를 남발하여 인터뷰에서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2. 캐롤라인 워즈니아키가 갓 스무살이 된 젊은 나이에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꾸준히 이런저런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는 있지만 도무지 이 선수가 1위에 어울리는 선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고작해야 한 7~8위 정도? 발이 그리 빠른 편도 아니고, 샷이 아주 위력적인 것도 아니고 서브도 아주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위너가 굉장히 적은데, 오로지 장점이라면 unforced error도 매우 적다는 점. 결국 지리한 랠리 끝에 상대방의 실수로 포인트를 따내는 스타일이라 별로 경기가 재미가 없다. 오늘 경기도 리나가 unforced error를 수십개나 저지르지 않았다면 일방적으로 발리고 끝났을 경기. 누누히 주장하지만 1위에 오를 자격이 있는 선수는 현재 윌리엄스 자매와 벨기에 듀오, 굳이 한명 더 꼽자면 샤라포바 정도. 그 외의 선수들은 확실히 수준히 한수 떨어지는데, 문제는 샤라포바를 제외한 나머지 네명이 나이가 거의 30에 육박한다는 것. 그만큼 새로운 선수들 중에 테니스판을 지배할 만한 스타급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뜻인데, WTA의 운명이 어찌될지 궁금해진다. 

3. 가슴아픈 소식은 쥐스틴 에난의 두번째이자 영구적인 은퇴 소식. 작년 초에 복귀하자마자 호주오픈에서 결승에 오르며 자신의 레벨을 과시했지만 윔블던에서 당한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후반부를 완전히 날려먹었고, 올해 초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끝끝내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가장 좋아했던 여자 테니스 선수의 안타까운 은퇴 소식에 우울해진다. 

4. 이것도 가슴아픈 소식. 로저 페더러가 노박 조코비치와의 준결승에서 3-0으로 패배했다. 뭐 세트스코어로 따지자면 일방적인 경기로 보일 수 있지만 그나마 경기 내용은 거의 박빙이었다는 정도가 위안거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작년 연말 World Tour Championship에서 조코비치, 머레이, 나달을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완벽하게 살아난 경기력을 보여줬었는데, 어떻게 두달만에 다시 2009~2010의 무기력한 모습으로 돌아와 버린 것. 얼마 전 인터뷰에서 unforced error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는 좋지만 그게 어떻게 신경 안 쓸 일인가. 오늘 저지른 에러만 해도 40개가 넘는데, 이건 고스란히 10게임이 넘는 포인트를 에러로 내어 주었다는 것. 나이가 들어 파워가 떨어지는 건 그렇다 쳐도 방향을 놓치거나 라켓 가장자리에 맞춰 날려버리는 포인트가 심하게 많아졌다는 것은 정말 불안한 징조다. 확실히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이 느껴지는 게 페더러의 서브 에이스 숫자는 그리 많은 편인 아니지만 늘 준결승-결승까지는 가기 때문에 대회 막판 가면 항상 에이스 숫자에서 1위를 차지하곤 했는데, 이번 호주오픈에서는 확연히 에이스 숫자가 줄었다. 이래저래 씁쓸한 결과다. 그나저나 근 5~6년만에 두번째로 페더러와 나달 둘 모두 없는 메이저 결승전이 벌어질 예정. 메이저의 제왕인 페더러가 네 대회 연속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것도 경이로운 일. 

5. 이광재 강원도지사 대법원 판결 뉴스 같은 건 그냥 짜증만 나니 입을 다물기로 하자. 

6. 알러지성 결막염 때문에 지난번에 안과를 찾았다가 한달 뒤에 다시 오라는 말에 오늘 두번째로 갔는데, 어이 실종. 5시에 퇴근하여 6시에 진료를 마치는 안과까지 가기는 불가능한 데다 4시면 접수가 마감된다는 말에 오늘 반차까지 내고 1시까지 안과에 갔는데, 순서가 많이 밀렸다고 4시 반에 오라는 거다. 전화예약이라도 받으면 올라도 나이든 어르신들이 반발하여 전화예약도 받지 않고 그러면 세시간 반 동안 뭐하고 있으란 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30분 운전하여 집으로 와서 호주오픈 경기를 시청하다가 다시 시간에 맞춰 갔는데도 30분 넘게 기다려 겨우 5분 진료를 받고 기분이 완전히 잡쳤다. 다시는 이 안과를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이 시골 동네에 그나마 좀 크고 믿을만한 안과는 그곳밖에 없는 짜증나는 상황. 대도시의 교통과 번잡함에 끔찍해 하면서도 왜 사람들이 대도시에 사는지 설명해 주는 이유 중의 하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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