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유럽여행 - 리버풀(2) 樂 - 音

오전은 일단 마무리했고, 오후는 비틀즈에게 의미있는 장소들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내가 차를 렌트한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둘러보기엔 대중교통도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불편한지라 평소의 소신을 무시하고 세시간짜리 비틀즈 투어에 참가하기로 했다. 리버풀은 비틀즈의 도시답게 비틀즈 관련 관광 상품이 꽤 잘 마련되어 있는 편인데 나와 같은 목적을 위해서는 버스투어에 참가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택시를 고용할 수도 있다. 비틀즈 멤버들의 생가 내부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투어도 있는데, 이건 담당 조직에 문의를 해야 가격이나 availability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혼자 신청하기에는 무시무시한 금액이 들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단 Albert Dock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서 비틀즈 버스 투어를 신청했다. 고맙게도 주말인데도 관광 안내소가 문을 연 건 다행. 



이건 지난번 포스팅 때 빠트렸던 존 레논이 직접 그린 드로잉. 


네, 투어 버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비틀즈 관광 상품으로 정말 제대로임. 이 버스 투어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Cavern Club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들었다. 


매카트니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 

택시를 고용하면 이런 거 타고 다닐 수 있음. 

개인적으로 생가들 안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표지판에 나와 있는 대로 national trust에 문의해야 함. 


내리자마자 가슴 벅찬 느낌에 휩싸였던 이 곳은 어디일까요?

정답은......

거리 표지판은 다른 영국의 거리 표지판과 다를 게 없으나 하도 표지판 뽑아가는 극성스러운 팬들이 많아서 몇년간 아예 표지판을 두지 않다가 다시 설치했다고. 

이 진정 한적하고 평화롭고 평범한 교외의 거리에서 비틀즈 멤버들이 어린 시절 놀았다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여기는 해리슨의 생가였던 듯. 



말할 필요가 없는 그곳. 담장 너머로 들어가 볼 수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음. 


투어를 마치고 호스텔에 돌아와 잠시 쉬다가 호스텔에서 나눠 준 공짜 입장권을 쓰기 위해 시내로 향한다. 주말의 리버풀 시내는 역시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약간 쓸쓸하고 쇠락한 느낌이 드는 시내의 다른 거리와는 달리 비가 쌀쌀하게 내리는데도 거리를 가득 메우고 활보하는 취객들로 떠들썩하다. 

오리지널 캐번 클럽은 도시계획이었던가 철도계획이었던가로 인해 꽤 오래 전에 철거되었고, 지금 있는 캐번 클럽은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물론 클럽으로서의 기능은 하고 있지만 옛날처럼 새로운 무명 밴드들이 연주하는 곳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나와서 밴드의 반주에 맞추어 비틀즈 노래를 부르는 라이브 가라오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관광지로서의 역할, 지역의 수입원으로서의 역할, 관광객들이 추억을 남기는 장소로서의 역할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 입장료가 있으나 호스텔에서 나눠 준 공짜 입장권으로 간단히 패스. 

관광객들이 신청하면 순서대로 밴드 리더가 호명하고, 나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영국 다른 지역에서 고등학교 졸업 기념여행을 온 처자들이 Hey Jude를 부르는 모습. 그나저나 저 코스튬들은 어디서 구한 걸까? 

이 거리에는 캐번 클럽 외에도 다른 바들도 많은데 정작 현지인들은 캐번클럽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분위기. 하지만 지나가다 본 간판들은 재미있다.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시내 구경을 할까 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그냥 Albert Dock에 있는 박물관 한두개를 둘러 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미술관에서 샤갈 초대전을 한다고 해서 가보려고 했는데 공짜인 미술관이 이 초대전은 입장료를 받는 것을 파악하고 바로 발길을 돌렸다. 

어제 방문했던 비틀즈 박물관 the Beatles Story는 사실 두 군데 시설을 두고 있는데, Albert Dock 관광 안내소 바로 옆에 위치한 본점(?)과 몇백미터 떨어진 리버풀 박물관 옆에 위치한 분점(?) 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건데 본점(?)에서 구입한 티켓을 소지하면 분점(?)에서도 관람이 가능하다. 때마침 분점에서 비틀즈 희귀 사진전을 하고 있어서 회랑을 둘러 관람을 좀 해 주시고, 개중 마음에 들었던 사진. 잘 보기도, 상상하기도 힘든 감정을 폭발시키는 폴 매카트니의 모습. 

분점 Beatles Story의 테마는 로큰롤 역사상 단 한번밖에 없었던 사건인 비틀즈의 엘비스 프레슬리 방문 + 엘비스 프레슬리에 관한 것이다. Love me tender의 초판 싱글. 

엘비스 프레슬리가 신었던 구두. 

레이디 가가도 울고 갈 그의 놀라운 패션 센스. 

이 정도로 리버풀 여행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오래 전부터 꿈꾸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던 리버풀 방문을 실제로 경험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고 내 예상과 달리 리버풀이 뜻밖에 아름답고 조용한 도시였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언제 여길 다시 와 보나 하는 생각은 그만두기로 했다.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덧글

  • 2013/08/19 22:43 # 삭제 답글

    비 오는 리버풀 사진 정말 멋지다.. 딱 이런 분위기가 좋은데.. 그럼 그럼 얼마든지 다시 갈 수 있어~!
댓글 입력 영역